장경희 개인전
Jang Kyung-here
장경희 개인전
Jang Kyung-here
장경희 개인전
Jang Kyung-here
월
수
2021. 10. 04. ~ 13.
어릴 적 깡시골에서 자랐다. 동네에서 제일 마지막에 보이는 집이 우리 집이었고 조금 내려가면 강이 흐르고 조금 더 내려가면 논과 밭이 바다처럼 펼쳐진 멋진 동네였다. 더 멀리 기찻길과 푸근한 산과 강둑이 펼쳐졌다. 어린 시절 동네가 모두 내 놀이터고 내 세상의 전부였다. 시골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길가의 돌멩이, 작대기들 머리에 몸에 치장하며 놀 수 있는 보자기가 전부였다. 보자기는 목에 두르면 원더우먼, 머리에 올리면 공주님, 허리에 질끈 묶으면 엄마놀이 갖가지 놀이들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시골집들 그렇듯이 특별한 세간살이가 없이 집 여기저기 쿡 짜매여 차곡차곡 쌓여있는 보따리 보따리엔 계절 바뀐 옷들과 이불 보따리, 심지어 엄마 화장품 같은 작은 소품들도 예쁜 색동 보따리에 곱게 묶여 있었다. 나에게 보따리는 지천에 늘려있었다. 성장하면서 보따리를 잊고 산 것 같다. 결혼해서 보니 또 집 여기저기에 보따리가 지천이다. 시어른분들이 포목을 하셨어 보따리의 가장 대표 천인 공단이 집 서랍장 여기저기에 가득가득했다. 잊고 있던 보자기가 또 그렇게 가까이 와 있었다. 시집살이가 빡빡하여 모든 것들을 넓은 보(보자기)로 다 덮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때 나에게 보자기는 어쩜 근심 걱정을 다 가리고 덮어주는 마법 보자기 같았다.
강산이 두어번 바뀌고 다시 무언가 가득 품고 있는 보따리를 만났다. 세 번째 만난 보따리는 특별함이 없어 보이지만 세상 모든 것들을 품을 수 있는 따뜻함과 유연함을 가진 보따리 그 보따린 큰 것, 작은 것, 모난 것, 둥근 것 가릴 것 없이 다 품고, 어릴 적 잔잔한 기억들과 미래의 상상조차도 모두 보따리에 넣어 앞으로 다가올 재미난 세상을 더 재미나게 살아보려 한다.
장경희
앞부분 일부를 원문에서 글자로 옮긴 것입니다. 표·그림과 전체 내용은 이북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