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의 문을 열며 2
1) 수선화 3 2) 개나리 4 3) 비여,비여! 5 4) 목련 6 5) 달팽이 7
6) 하늘과 바다 사이 8 7) 갈매기 노닐다 9 8) 대숲에 안기다 10 9) 메타세쿼이아 11 10) 겨울눈 12
3. 시를 접으며 13
시의 문을 열며
세상은 언제나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나뭇잎을 쓰다듬을 때, 햇살이 꽃잎 위에 조용히 내려앉을 때, 내 안에도 조용한 언어가 움텄습니다. 자연은 시보다 먼저 시를 알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뒤늦게 깨닫는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이름 없는 풀잎 하나가 내 마음을 적시는 순간들을 지나 이제야 펜을 듭니다. 이 시집은 풀과 나무, 바람과 계절에게서 배운 말들로 조심스레 엮은 작은 노트입니다. 자연을 바라보며 당신의 마음도 잠시 멈추어 쉬어가기를, 그 쉼 속에서 당신만의 시 한 줄이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수선화
검은 외투 자락 아래로 거친 바람 쌩쌩 지나가고 손길 닿는 것마다 차가워 저절로 움찔하네
서둘러 볼일 마치고 꽉 닫힌 현관 앞에서 외투 탁탁 털다가 포근한 햇살 그리워하네
따사로운 볕이 마냥 그리워 잠시 위로 향했던 눈길이 문득 휑한 화단에 멈췄네
어머나! 웬일이니, 웬일이야 여린 연두빛 줄기가 쏘옥 고개 내밀고 있네
단단하고 메마른 흙을 온 힘으로 밀어내고 찬란하게 빛나고 있네
<문학광장 2021년 제87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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